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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문학회 | 어미새의 새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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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떠별 작성일2018-06-21 21:58 조회1,9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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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새의 새끼 사랑  

                                                                          정은주

   어미 새의 새끼 사랑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봄 햇살이 유난히 따스했던 어느 날 오후, 새로 시작하는 호주 생활을 음미하면서 발코니에서 차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우리 집  차고 앞에 날지도 걷지도 못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비틀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딸과 함께 내려 갔다가  조그만 종이 상자에 담아서 집으로 데려왔다. 딸은 신기해하면서도 조심스럽고 불쌍한  마음으로  이 작은 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날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갈 무렵, 동네의 온갖 새들이 우리 집 발코니로 모여들었다.  제각각의 소리를 내면서 마치 잃어버린 이웃집 자식을  찾았다는 듯  서로 몸짓을 주고 받았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우리는 무슨 일인가 궁금 했는데 금방 그것이 그들만의 소통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른 새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두 마리만 남아 어린 새 주위를  맴돌며 번갈아  무언가를  입 속으로 넣어 주었다. 생각해 보니 그 작은 새는 다친 것도 길을 잃은 것도 아닌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새였던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돌보더니 부모새도 날아가버렸다. 혼자 남은 아기 새가 얼마나 슬프게 울던지 지켜보는 우리도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다음 날 이른 새벽, 시끄러울 정도로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이 깨어 살짝 발코니 문을 열어 보니 부모 새가  다시 찾아와 어제처럼 번갈아가며 부지런히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날아갔다. 아기새는 또 울어대고.  저녁 무렵, 어제와 같은 시각에 부모 새들은 또 찾아와 여전히 제 새끼를 돌보고 날아가고 다음날 새벽에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아무도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들은  정확한 시간에 나타나 새끼를 먹이고 돌아갔다. 동물들의 헌신적인  새끼 사랑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딸아이에게는  크나큰 부모의  사랑을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을까? 아기새는 날아가는 연습을 시작했다. 종이 상자에서  나와 조금씩 날다가 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넘어지기도했다. 그럴 때마다 어미 새가 그리운지 울기도 하고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어미 새가 올 때 쯤이면  소리가 훨씬 우렁차게 들렸다.  엄마가 찾아오는 시간을 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저토록 처절하게  날으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아기 새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가보다.

 보름 정도 지났을 때,  외출에서 돌아와 습관적으로 발코니에 가보니 아기 새는 더 이상 그 곳에 없었다.  드디어 자신의 삶을 찾아 날아간 것이다. 그토록 날기 위해 발버둥 치고, 목이 터져라 어미를 기다리고 넘어지고 부딪히고 떨어지더니 마침내 혼자서 날게 된 것이다.  우리는 비어 있는 상자를 보면서 허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아기 새가 더 없이  대견스럽고 기뻤다. 비록 작은 새 한마리였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의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물인 새의 자식 사랑도 저 정도 인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자식이라면 자신 한 몸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게 먹이고 돌보고 행여 아프기라도 하면 밤을 꼬박 새워 품고 달랜다.  이렇게 소중하게 키운 자식이 제 짝을 찾으면 부모 곁을 떠나 새처럼  날아간다.  부모 새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끼를 먹이고 돌보아 마침내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알게 해 주듯이 우리도 정성을 다해  홀로 설수 있도록 가르치고 돌보는 것이 기쁜 의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오랫동안 병상에서 고생하시는 엄마가 그리워진다. 우리 엄마도 내가 혼자 설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쳐서 돌보아 주었을텐데. 내가 자식을 눈에 넣어도 아파하지 않듯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안부 전화라도 자주 해야겠다. 한국은 지금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데  더 힘들어 하고 계시지는 않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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