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 로그인 | 1:1문의

산타 할머니 > 전문가 칼럼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 호주소식 + 교민사회(퀸즈랜드) + 사고팔기 + 구인/구직 + 부동산 + Q&A/자유게시판 + 여행/유학 + 포토갤러리 + 전문가칼럼 + 비지니스 + 업소록 + 쿠폰할인 이벤트 + 공지사항

전문가 칼럼 목록

한인문학회 | 산타 할머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떠별 작성일2018-06-21 22:08 조회1,985회 댓글0건

본문

                  산타 할머니 

                                                                                                                                                                                                               

                                                                                                                  주덕빈 

 

 우리는 이 동네로 이사 와서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 동네는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으며 차량 통행이 빈번한 큰 길과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조용한 편이다. 큰 길과는 달리 차량 제한 속도가 50km/HR 이어서 소음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데 구지 소음이 있다면 하늘을 나는 경비행기나 여객기 소리 정도다.  

 

 우리 집 주변에는 노인들이 많다. 필리와 클라우디아 할머니는 넓은 집에서 각각 혼자 지내시고 로레인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단 두 분만 단출하며 뒷집 제시 할머니만 손자를 포함하여 여럿이 살고 계시다. 이런 이웃들에 비해 우리 집이 그나마 제법 식구들이 있는 집이다. 밤 9시면 모든 집이 소등하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움직이는 데 유독 우리 집만 올빼미처럼 늦게까지 일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2층 데크의 테이블 위에 큰 선물이 하나 놓여 있었다. 뒷집에 사시는 제시 할머니가 카드와 함께 고급 쿠키 깡통을 선물하신 거였다. 카드에는 부부의 성함은 물론 손자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제시 할머니는 장애인 따님이 있는데 그녀는 아들 사무엘을 임신한 상태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 사고로 인해 그녀는 평생 전동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으며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적적으로 출산하여 아들은 현재 15세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가족은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교회에 가는데 몸이 불편한 엄마의 전동 휠체어를 아들이 밀어서 특수 제작된 장애인용 Van차량에 태우는 모습을 나는 이층 베란다에서 자주 본다. 

 

  다음날, 우리는 아침 일찍 움직였는데 아래층 현관 앞에 와인과 키친 타월이 들어있는 예쁜 종이 봉투를 발견하였다. 오른쪽에 혼자 살고 있는 필리 할머니가 놓아 둔 선물이었다. 모두 잠든 사이, 잠이 없는 할머니께서 살그머니 놓고 가신 것이 틀림없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에는 이층까지 올라오셨는데 올해는 아래층에 놓아두신 것을 보니 워낙 고령이라서 올라오기가 어려우셨던 듯싶다. 필리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와 동갑이신 94세시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에게 의지하지 않으시고 혼자 사시며 넓은 마당을 관리하는 것을 소일삼아 하신다. 어떻게 그 연세에 혼자 사실까?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도 시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서둘러 선물을 포장한 후 이른  아침 산타가 되어 집집마다 방문했다. 낯선 땅에서 선물을 전할 곳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에겐 기쁨이었다. 우리 부부는 말없이 눈짓으로 위치를 정하고 인기척을 최대한 줄이면서 선물 꾸러미를 살며시 적당한 위치에 놓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나머지 두 할머니 댁에서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을 우체통 앞에 놓고 가셨다. 두 할머니 중 클라우디아는 85세로 맥(Mac)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살고 계신데 역시 정원 관리로 건강을 다지고 계시다. 정원을 손질하다가 우리와 마주치면 반갑게 손을 흔드시는 모습이 자주 보아왔던 한국 할머니 모습 같아 우리는 그 할머니를 특별히 좋아한다.  로레인 할머니 역시 작은 선물 상자를 우체통 밑에 놓아 두셨는데 카드에 함께 살고 있는 작은 강아지 이름도 적혀있어 우리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녀는 우리와 울타리를 공유하는데 우리 집 화단에 관심이 많으시다. 주변의 할머니들 중 가장 젊으셔서 직접 운전을 하고 동네 이장인 양 목소리도 호탕하다. 다만 기관지가 좋지 않아서 밤늦게 까지 기침을 많이 한다.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는 당연히 있는 것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동네는 산타 할머니가 계시다. 비록 산타 복장을 하고 굴뚝으로 드나들지는 않지만 우리 동네 산타 할머니들은 한결 같은 모습과 마음으로 서로를 챙기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래서 동네 입구에 접어들면 언제나 고향 같은 훈훈함을 느낀다.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사랑의 선물을 함께 나누길 간절히 기원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사소개 | 개인정보취급방침 | 서비스이용약관 | 광고문의 & 제휴문의
Tel 0449 887 944, 070 7017 2667, Email qldvision@gmail.com
Copyright ⓒ DIOPTEC, Queensland Korean Community website All Rights Reserved.